유럽 한인 레지오 교육에 참여했다가 돌아오는 길은 조금 험난했습니다.
어제 신부님들과 고해성사를 준 다음 잠시 모여 술 한 잔 나누었다가
자정 무렵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방 안이 조금 더웠던 관계로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아침에 미사가 있는 게 아니라
파견미사가 오후에 진행되기 때문에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러 가고
별 다른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오전에는 빈둥거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차가 12시 13분에 있었기 때문에
저는 점심을 먹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데
봉사자분들이 간단하게 김밥과 음료수가 든 봉투를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카르디날 슐테 하우스에서 봉사자분의 차를 타고
베르기세 글라드바흐 역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메시지가 하나 왔는데 기차 안내에 관한 메시지였습니다.
베르기세 글라드바흐에서 쾰른까지 간 다음,
거기서 ICE를 타고 하노버까지 간 다음,
하노버에서 다시 ICE를 타고 함부르크까지 와야 하는데
하노버에서 갈아타야 할 ICE 기차가 가지 않는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래도 그 다음에 있는 IC를 타면 된다는 안내를 해주더군요.
그래도 타야 할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괜시리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찌 되었건 베르기세 글라드바흐에서 쾰른까지,
그리고 쾰른에서 하노버까지는 큰 문제없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노버에서 조금 더 기다렸다가 탄 IC는 에어컨이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 객차에 올라갔을 때, 굉장히 후덥지근했습니다.
저는 사실 처음에는 에어컨이 켜지 않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조금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기차를 타고 함부르크까지 오는 내내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느라 진이 다 빠졌습니다.
기차 안에는 이례적으로 생수까지 준비해서
필요한 사람은 하나 씩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지만
하노버에서 함부르크로 오는 동안에는
마치 찜질방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처럼 고온다습한 날에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기차 안에 있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함부르크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집으로 오는 길은 역시 험난하구나 하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급하게 땀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고 앉았지만
올라왔던 열기를 식히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많이 걸렸습니다.
요즘에는 그런대로 잘 운행되던 독일 열차였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을 겪으니 역시 문제가 많은 독일 철도라는 걸 다시금 느낍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일상으로 되돌아온 느낌이 듭니다.
런던에서의 시간에서부터 남영우(스테파노) 신부님의 방문,
그리고 카르디날 슐테 하우스에서의 시간까지
정말 피곤한 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일을 하기보다는 관광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더군다나 카르디날 슐테 하우스에는 좀 여유 있게 지냈기 때문에
마치 피서를 온 듯한 느낌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곤은 계속 누적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저의 일을 해야겠지요.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런던에서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