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올해 가장 더운 날이 되었습니다.
바람에서부터 따스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물론 오늘만 29도까지 올라가고
내일부터는 다시 중반대로 내려간다고 하니 좀 낫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저는 빨리 선풍기를 돌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선풍기를 내놓았습니다.
아니 생각해 보니 선풍기를 정리하여 넣은 적이 없습니다.
겨울에도 샤워를 하고 나면 땀을 많이 흘리는데
그때 잠깐이라도 선풍기를 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날도 포근하고 햇살도 좋은
함부르크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날이면 여기 사람들은 다들 밖으로 나갑니다.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확실히 한국 사람들보다 이곳 사람들이 햇볕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성당으로 가는 길에 야외로 내놓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잠깐 이 동네 사람들은 누릴 때 누릴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들 때문에 오히려 신앙은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앙 역시도 누릴 수 있는 권리인데
신앙을 가지면 의무만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앙을 가지는 걸 주저하는 것입니다.
그건 조금 안타깝습니다.
우리 신자들은 그런 면에서 참 좋은 몫을 택한 사람들입니다.
오늘은 어버이 합창단에서 작은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성당 안에서 연습을 할 때부터 계속 들었는데
마지막 마무리 부분에서 어려움을 여러 번 겪더니
실제로 발표를 할 때는 훨씬 좋았습니다.
확실히 어버이 합창단은 무대 체질인가 봅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그때까지 성당 안에 들어오신 분들이 많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실 신자분들이 먼 곳에서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는 분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늦게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누군가 늦게 들어와도 이해하는 편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예 미사시간이 되면
문까지 닫아버리는 그런 신부님도 계셨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 신부님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으셨을 겁니다.
한국에서는 대개 지각하는 분들은 항상 지각하는 분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만 준비를 서둘러도 5분은 더 일찍 올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활습관을 바꾸기 싫어
그냥 늘 지각하는 걸 선택하는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어 주기 위해
그러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당문을 닫아버리는 건 조금 과격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분만이라도 일찍 성당에 들어오면 잠시 묵상을 하기도 좋고,
하느님의 말씀을 조용히 다시 한 번 음미하기에도 좋습니다.
저희 성당에도 일찍 오시는 분들은 늘 일찍 오시는 편입니다.
이런 분들이 성당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참 좋습니다.
저 역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걸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