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에는 어버이 합창단이 연습을 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요즘 합창단 단원이 줄어들었다고 걱정이 많으시더군요.
확실히 시간의 흐름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마음은 늘 청춘인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어버이 합창단이 요즘에는 어머니 합창단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손으로 꼽을 수 있던 형제님들이 다 나가신 까닭에 그렇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버이 합창단이라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형제님들이 들어오실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노래 부르는 건 좋아하지만
아시다시피 제대로 악보를 볼 줄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래는 그냥 외우다시피 해서 부릅니다.
문득 신학교 1학년 때가 떠오릅니다.
신학생 합창단 단원을 뽑기 위해 그때 음악을 가르치셨던 구명림 수녀님께서
신학생 한 명 한 명
자기가 제일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셨습니다.
대부분의 신학생들은 유행가를 택했지만
딱 한 명, 성가를 부른 신학생이 있었습니다.
예비역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저희들에 비해서
8살인가 더 많은 분이었습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와, 저 형님은 유행가는 듣지 않고 오로지 성가만 듣는 모양이군.
너무 고지식한 거 아냐?'
제가 어떤 노래를 선택했는지 이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히려 지금은 대구대교구 신부님으로 잘 지내고 계신
그 형님이 부른 노래만 기억하는 건
아마도 그 당시에 자신이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성가였다는 사실 때문에 감동을 받아서 그런 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당시 수녀님의 귀에도
저는 합창단에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그 이후에 합창단(다른 말로 칸토레스라고 합니다)에 부름을 받지 못했으니까요.
성가를 불렀던 그 형님은 그 이후에 칸토레스의 일원이 되어
열심히 활동하셨지요.
구명림 수녀님에게서 오르간 수업도 들었는데
건반에 제가 손을 올려놓는 순간부터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간다는 지적을 받고
더 이상 오르간 연주는 배우지 않아도 되었던 기억도 납니다.
제가 늘 이야기를 드렸듯이
성가로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것은 그냥 말로 기도하는 것보다
세 배의 효과가 난다고 어느 성인이 주장하셨습니다.
그러니 노래를 한다는 건 굉장히 큰 영광이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예전에 어느 성당에서는
성가대에 남자 단원이 하도 없다 보니까
본당신부님께서 형제님들을 모두 노래방으로 데리고 가서
노래를 부르게 한 뒤, 90점 이상이면
무조건 성가대로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어쩌면 저도 그렇게 해야 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건 음악을 통해 친교를 나누려고 하는
합창단의 모습이 더없이 아름다워 보이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