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by 박철현 posted May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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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오늘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휴일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독일에서는 휴일입니다.

관공서와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지요.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북부 독일에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주님 승천 대축일이 휴일이 된 건 아래 쪽 영향을 받은 탓이겠지요.

한국에서는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주님 승천 대축일을 일요일로 옮겨서 봉헌합니다.

다시 말해서

다음 주 일요일에 저희는 주님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게 되겠지요.

사실 여기 사는 사람들도 왜 휴일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냥 휴일이니까 휴일처럼 지내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아니 주님 승천 대축일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그래도 성당이나 교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겠지요.

한국과 독일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단순하게 휴일의 숫자는 한국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종교와 관계되는 부처님 오신 날, 성탄절을 제외하면

종교와 관련된 휴일이 없지만 역사와 관련된 휴일은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비교를 한다면 한국의 휴일 숫자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휴일뿐만 아니라 휴가기간이라는 것이 있으니

일하는 실제의 날 수는 한국보다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독일에서는 휴일의 대부분이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휴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부 독일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인구의 절반이 안 될 것입니다.

이걸 생각해 보면 먹고 사느라 바쁘면

신앙은 자연스럽게 뒷전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북부 독일은 오래 전부터 상업이 발달한 지역이고,

그런 상거래가 활발할수록

신앙을 가지기보다는 경제활동에 더 치중하게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독일 주교회의에서도

북부 독일지역은 디아스포라, 즉 흩어진 백성의 지역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흩어지거나 퍼뜨리는 것을 뜻하는

그리스 말에서 유래하는데

유배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유배시대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나라를 잃고 곳곳으로 흩어져서

거기서 소수민족으로 살았는데 그런 상황을 디아스포라라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소수로 머물러 있는 북부 독일은

디아스포라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인데도

휴일은 잘도 그리스도교와 연관된 휴일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그런 은혜를 입었으면

그래도 신앙에 관심을 좀 가지면 더 좋을 텐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휴일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겠지만

여기 북부 독일분들이 좀 더 많이 성당이나 교회로 왔으면 하는 바람이

문득 드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