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섬

by 박철현 posted May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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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통역을 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솔직히 제가 통역하는 건

제대로 알아들은 것 반에, 제가 사기를 쳐서 급조한 것 반 정도가 됩니다.

문맥에서는 크게 어긋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전달자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했느냐고 이야기를 하면

저는 정말 쥐구멍을 찾고 싶은 마음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참 열심히 들어주시더군요.

통역을 하면 할수록

전문적으로 통역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에는 그렇게 말이 되지 않던 독일어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더 들리고,

그리고 조금 더 말할 수 있는 상황까지는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많이 부족한 상태였지만

그거야 독일어를 조금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몇몇 분들만 아시는 일이니

그냥 은근슬쩍 넘어가는데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할 수 있게 배려해야 하는데

그건 제게 부족한 부분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아무튼 화요일도 기관 방문 및 소개에 관한 내용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점심 후에 카리타스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가 있었는데

식사 후라서 그런지 굉장히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도표와 Powerpoint가 있어서

설명이 조금 잘못 되어도 그래프를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질의응답 시간에는

제가 독일어를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아서 좋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꽤 신선한 날씨였는데도

제가 추위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계속 긴장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좋기는 한데

아무래도 부담감이 따르게 되니

스스로가 스스로를 자꾸 속박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 탓인지 한국에서 오신 분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하는 일은 드물고,

함께 오신 두 분의 신부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많아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행과 보이지 않는 어떤 벽이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한국에서 온 일행과

오스트리아 카리타스 종사자들 사이를 오고가며

저는 또 다른 외로운 섬이 되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그라츠가 그래서 조금은 낯선 느낌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