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영성체

by 박철현 posted Apr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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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조금 늦게 잠을 청했기 때문에

아침에 늦게 일어날 것 같았지만 확실히 집이 아니어서 그런지

집에서 잘 때보다 일찍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오전에 프로그램 하나를 하고 난 뒤에는

곧바로 다시 함부르크로 되돌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는데

이번에는 청년들과 함께 기차를 타지 않고 승용차에 동승하기로 했습니다.

이럴 때, 차량 하나가 있다는 게 정말 도움이 됩니다.

미사 전에 반주를 맞추어야 할 청년들과 함께 저는 차로 이동을 했습니다.

미사 중에 첫영성체도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바빴던 탓입니다.

그래서 사실 짐을 챙길 때,

예수 성심 성당으로 곧바로 갈 것을 생각하고

전례문이라든지 초콜릿 같은 것도 미리 배낭에 넣어 두었는데

다행히도 만남성당에 먼저 도착한 다음

조금 쉬었다가 예수 성심 성당으로 갈 수가 있었습니다.

짐을 가지고 간 수고는 허사가 되었지만

그래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첫영성체 전례문을 미리 홈페이지에 올려 두었는데

첫영성체를 하는 가족들 외에는 읽어본 분들이 없는 모양입니다.

전례부장님도 예식에 대해서 전혀 모르셨고,

제대 위에 초를 올려 두기 위해서는 조금 굵고 키가 낮은 초가 더 적격인데도

회장님께서는 얇고 긴 첫영성체 초를 사 오셨습니다.

제가 예식서를 올리는 이유는

미리 찾아보고 어떤 준비를 하는지 전례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숙지하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데

제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것 같습니다.

신자분들 중에는 제가 일일이 지시를 내리고

하나하나 세밀히 살펴주기를 원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습니다.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신자분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쪽입니다.

제가 모든 것을 다 하면 그건 원맨쇼가 되지 전례가 되지 않습니다.

쇼를 보러 미사에 오시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튼 그랬습니다.

미사 전에는 기분이 사실 별로였습니다.

기대했던 일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하나하나 제가 관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좀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미사 중에는 기분이 다시 좋아졌습니다.

첫영성체를 하는 아이들이

나름 진지하게 열심히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서로는 한국어에 익숙하지만

지현이나 준이나 준영이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입에 익숙하지 않을 한국어로 대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입에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서로만 첫영성체 교리를 한 번 했을 뿐,

지현이나 준이나 준영이는 교리 없이 첫영성체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올 해 안으로 몇 번의 교리를 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장난으로 대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튼 첫영성체의 순간은 정말 거룩하고 복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성체 후 특송은 정말 좋았고,

공지사항 때 청년들이 준비한 율동 찬양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미사 후에는 다시금 좋은 기분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부활 제2주일 주일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