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그리운 날

by 박철현 posted Apr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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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 안에 추적주적 비가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은

그 여름의 무심한 강녘에 찌글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나를 허물어

나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욕망을 짚고 서 있던

잘 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참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백 사슬을

통째로 쓸어버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었느냐고.

 

 

 

 

- 양현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