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 안에 추적주적 비가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은 그 여름의 무심한 강녘에 찌글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나를 허물어 나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욕망을 짚고 서 있던 잘 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참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백 사슬을 통째로 쓸어버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었느냐고. - 양현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