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비가 그치면서 시가는 안개로 덮였다. 길고 어두운 우리들의 중년이 방향 없이 그 속을 날고 있었다. 소소한 것은 잊으세요. 중년의 꿈은 무서워요. 우리들의 시정 거리는 일 분, 반백의 세상은 안개처럼 간단하다. 녹슨 칼은 몸 안에 숨기고 바람 부는 곳에서는 고개를 돌리고 목에 칼칼하게 걸리는 몇 개의 양심. 멀리 보지 마세요. 중년의 절망은 무서워요. 조롱 속에 살던 새는 조롱 속에서 죽고 안개 속을 날던 새는 죽어서 갈 곳이 없어 안개가 된대요. 바람의 씨를 뿌리던 우리들의 갈증은 어디로! 어디로! - 마종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