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교리시간은 제가 조금 긴장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한국어를 잘 하는 아이들, 한국어가 서투른 아이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교리를 전달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고민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단한 걸 배우지는 않습니다. 지난달과 이번 달, 성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쉽게 지나갈 교리조차도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국말로 설명하는 일이야 그리 어렵지 않지만 독일어로도 개략적인 내용은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 때문에 제가 더 긴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45분의 교리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은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새, 저도 조금 정신줄을 놓게 되기도 합니다. 이번이 그랬습니다. 집 열쇠를 챙겨서 예수 성심 성당으로 향해야 하는데 그만 깜빡하고 말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회장님과 부회장님이 각각 출입구 열쇠와 집 열쇠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미사 후에 빌릴 수 있었지만 하마터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뻔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머니에 열쇠가 없었는데도 자연스럽게 문을 나서서 문을 닫아버린 저의 실수는 헤프닝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런 헤프닝의 원인 제공이 아이들 때문은 아니지요. 그냥 스스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물론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열쇠를 안에 두고 밖에서 닫아버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기억. 한국은 이제 대부분이 키 카드나 아니면 숫자 입력 방식의 자물쇠여서 열쇠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지만 여기서는 항상 열쇠에 대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번에 만남성당 강당 열쇠를 찾지 못해 한 동안 고생하고 새로운 열쇠를 주문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극적으로 다시 찾았습니다. 그러니 열쇠를 잃어버리면 여기서는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걸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아이들과의 교리시간은 긴장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기쁘고 즐거움도 주는 그런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