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을 끄듯 너를 꺼버릴 거야. 다 마시고 난 맥주 캔처럼 나를 구겨버렸듯 너를 벗고 말 거야. 그만, 너를, 잊는다고 다짐해도 북소리처럼 너는 다시 쿵쿵 울린다. 오랜 상처를 회복하는 데 십 년 걸렸는데 너를 뛰어넘는 건 얼마 걸릴까? 그래, 너는 나의 휴일이었고 희망의 트럼펫이었다. 지독한 사랑에 나를 걸었다. 뭐든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네 생각 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너는 어디에나 있었다. 해질녘 풍경과 비와 눈보라 바라보는 곳곳마다 귀신처럼 일렁거렸다. 온몸 휘감던 칡넝쿨의 사랑. 그래 널 여태 집착한 거야. 사랑했다는 진실이 공허롭게 느껴질 때 너를 버리고 나는 다시 시작할 거야. - 신현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