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습니다. 주일미사를 하는 성당에 가야 하는 시간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바람과 비도 막을 수 있는 겉옷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옷 자체가 좀 오래 되어서 그런지 비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하더군요. 사실 웬만큼 비가 오면 그냥 비를 맞고 가는 편을 선호합니다. 한국에서도 그랬더니 사람들이 왜 산성비를 맞고 다니냐며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그래도 비의 양이 그리 많지 않으면 비를 맞는 쪽을 선택합니다. 대머리가 된다거나, 건강에 해롭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냥 못 들은 체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열심히 우산을 들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냥 깜빡해서 잃어버리는 우산들이 늘어난 이후에는 차라리 웬만하면 비를 맞고 다니자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서도 그렇게 삽니다. 주일미사를 갈 때도 처음에는 우산을 들고 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 습관의 영향 때문인지 그냥 옷만 입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오는 비는 아니었던 탓에 그런대로 비를 맞고 다닐 만 했습니다. 초등학생 때가 생각납니다. 아침에 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학교로 등교를 하던 중에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온 우산 하나가 저를 덮쳤습니다. 눈 바로 아래에다 상처를 내고 우산은 그렇게 날아갔습니다. 2 밀리미터만 더 위로 갔어도 한 쪽 눈이 실명되었을 거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천만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등교하자마자 곧바로 병원으로 가서 꿰맸습니다. 아무튼 비가 내리는데 바람까지 불면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해서 우산을 놓치기라도 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요.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산 들고 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비를 좋아한다거나 하는 낭만적인 이유는 분명 아니지만 비가 세차게 내리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우산을 들고 다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