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은 2월 3일에 설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했지만 아직은 설날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오늘부터 설 연휴에 들어가니 오늘까지도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이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겠지요. 물론 토요일부터 사실적으로 설 연휴가 시작되었으니 이동은 조금 분산된 편이겠지만 월요일에 이동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어머니에게서 카카오톡이 왔습니다.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보다는 어머니가 저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더 깊은 것 같습니다. 여동생 가족이야 시댁으로 갈 테니 명절이 되어도 어머니는 혼자서 지내야 하십니다. 아들을 이미 하느님께 봉헌했으니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이 쓸쓸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제가 한국에서 본당신부를 하고 있었다면 주방봉사를 어머니가 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있을 텐데, 그런 기대는 잠시 접어두어야 합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당신이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그냥 순응하는 편이시기 때문에 그나마 조금 덜 서운해 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당분간은 한국에 들어갈 계획도 없기 때문에 어머니는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합니다. 기다림이라는 게 지루하고 힘든 일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기쁨을 더 많이 찾고 누리실 수 있다면 마냥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하긴 요즘에는 성당에서 레지오를 마친 신자분들이 어머니에게 종종 놀러 오기도 한다더군요. 그렇게 소소한 기쁨을 찾아가고 또 만들어가야 합니다. 어차피 몇 년은 기다려야 하는 일이니까요.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내리사랑은 자녀의 올림사랑보다는 훨씬 더 크고 숭고한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다 그렇겠지요. 많은 경우에 자신이 누군가의 부모가 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내리사랑을 깨달을 수가 있다고 하던데 저는 아마도 그 사랑을 죽을 때까지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간접적으로야 이미 알고 있지만 느낌으로 체험하게 되는 그 내리사랑을 체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비록 체험할 수는 없는 사랑이라 하더라도 그 사랑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랑 덕택에 제가 여기서도 잘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