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성사

by 박철현 posted Jan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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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감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부르크에 와서

묘한 징크스 같은 것이 생기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지난 번, 박우연(루치아) 자매님 때도

제가 병자성사를 주고 난 뒤

얼마 안 되어서 선종하셨는데

이번에 선종하신 김용일(다윗) 형제님의 경우에도

일요일에 제가 병자성사를 주었는데

월요일 새벽에 선종하셨으니

저의 방문이

우연찮게도 마지막 방문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 분에게는 병자성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종부성사가 된 셈이지요.

 

예전에는

병자성사를 종부성사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많은 분들이

병자성사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받는

성사라는 인식을 가졌습니다.

 

이런 폐해 때문에

종부성사라는 말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병자성사는 아프고 힘이 들 때면

언제나 청해서 받을 수 있는 성사인데

종부성사라고 하면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성사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종부성사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두 분의 경우에는

하필이면 선종하기 전에 병자성사를 받은 탓에

그야말로 종부성사가 되고 만 것입니다.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분들이

조금이라고 힘을 얻고

병과 싸울 용기를 되찾기 위한 성사가

병자성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선종하니

괜시리 징크스가 생겨

병자성사를 주는데 주저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묘한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흔히 말하듯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속담에 딱 어울리게 된 것이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윗 형제님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와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하겠지만,

저는 병자성사를 줄 때면

다시 한 번 더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