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감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부르크에 와서 묘한 징크스 같은 것이 생기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지난 번, 박우연(루치아) 자매님 때도 제가 병자성사를 주고 난 뒤 얼마 안 되어서 선종하셨는데 이번에 선종하신 김용일(다윗) 형제님의 경우에도 일요일에 제가 병자성사를 주었는데 월요일 새벽에 선종하셨으니 저의 방문이 우연찮게도 마지막 방문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 분에게는 병자성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종부성사가 된 셈이지요. 예전에는 병자성사를 종부성사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많은 분들이 병자성사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받는 성사라는 인식을 가졌습니다. 이런 폐해 때문에 종부성사라는 말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병자성사는 아프고 힘이 들 때면 언제나 청해서 받을 수 있는 성사인데 종부성사라고 하면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성사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종부성사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두 분의 경우에는 하필이면 선종하기 전에 병자성사를 받은 탓에 그야말로 종부성사가 되고 만 것입니다.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분들이 조금이라고 힘을 얻고 병과 싸울 용기를 되찾기 위한 성사가 병자성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선종하니 괜시리 징크스가 생겨 병자성사를 주는데 주저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묘한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흔히 말하듯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속담에 딱 어울리게 된 것이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윗 형제님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와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하겠지만, 저는 병자성사를 줄 때면 다시 한 번 더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