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햇살이 잠깐이나마 얼굴을 내민 날입니다. 흐리다가 비 오다가 안개가 잔뜩 끼었다가 비 오다가 하는 날씨가 계속되는 겨울에 햇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짧은 행복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젯밤에는 눈도 왔습니다. 밤 9시 경에는 진눈깨비처럼 휘날리더니 그래도 눈이라는 흔적은 남기고 싶었나 봅니다. 차 위에 아주 살포시 얹혀 있는 눈들의 모습이 떨어지면 금방 물로 변해버리는 축축한 땅에서 차 위에서나마 흔적을 남겨놓았다는 점은 겨울이라는 계절의 몸부림을 느끼게끔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겨울은 그다지 겨울답지 않았습니다. 좀 덜 추웠고, 오히려 늘 눅눅한 그 모습이 겨울이라는 계절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감기에 걸린 분들도 있고, 겨울 외투를 입고 다니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저는 이번 겨울 동안 겨울옷을 꺼낼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 제가 변해버린 게 아니라면 겨울이 겨울답지 않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러다가 2월, 혹은 3월 아니 4월에도 한파가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겨울이지만 이런 겨울의 한 가운데서 햇살을 볼 수 있는 것도 잠시나마 탄성이 나오게 만듭니다. 어쩌면 일상은 이런 소소한 기쁨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