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신부가 되면 정말 착한 목자가 되어 양들을 보살피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목자는 예수님 한 분 뿐이시고, 그 곁에서 양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이 주어졌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양들은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양들 틈에서 숨이나 쉬고 있는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한 때는 신부가 되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은 받지 못하더라도 고집불통이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존경을 받으실 분은 예수님 한 분 뿐이시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일조차도 버겁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존경이란 섬김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고 자꾸만 내 생각, 내 판단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 까닭입니다. 이제는 그냥 살 뿐입니다. 누군가를 변화시키려 애쓰지 않고, 그저 신부로서의 삶에, 예수님을 늘 모실 수 있다는 그 기쁨으로만 살아가려 할 뿐입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너무 큰 이상을 품고 살아온 것은 교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그저 평범한 예수님의 제자로만 머물고 싶고, 또 그렇게 머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