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오늘은 좀 길게 넋두리를 늘어놓을까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독일어로 미사를 봉헌하고 싶다는 저의 소박한 마음이 신자분들의 의견에 따라 부결되었습니다. 서로 의견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몇몇 신자분들은 제가 함부르크 대교구의 언질을 미리 받고 앞으로 한인공동체를 없애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오해를 하신 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신자라고 하시는 분들이 교회 역시도 세상처럼 어떤 의도를 숨긴 채 공작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본다는 것 자체가 솔직히 저에게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독일어로 미사를 봉헌하고 싶다는 생각은 올 해 2019년을 시작하면서 들었던 두 가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공동체에는 독일어가 좀 더 편한 신자가 있다는 것과 두 번째는 제가 오스트리아에서 경험한 독일어로 된 새로운 성가들 중에는 함께 나누면 괜찮은 성가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제 눈에 밟혔던 분들은 이정은(프란체스카) 자매님들이 항상 데리고 오는 5명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아직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미사에 나오는데 이 아이들이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독일어를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 아이들도, 그 어머니도 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독일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새로운 독일어 성가에서 좋은 점을 많이 느꼈기에 그냥 이 노래를 알려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독일어가 많이 부담스러운 것은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독일어를 한다고 해도 정말로 독일사람들이 제가 하는 독일어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번 독일어로 미사를 하자고 이야기를 드렸던 것은 저로서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이해를 구하는 일에서부터 실패를 한 것 같습니다. 독일어로 미사를 할 꺼면 왜 한국인 미사에 오겠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부터 괜시리 독일어로 미사를 봉헌하다가는 우리가 설 자리를 잃고 만다고 말씀하시는 다양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라도 미사를 우리들만의 특권으로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요? 우리 공동체에는 한국어보다 독일어가 좀 더 편한 분들, 독일 분과 결혼하신 분들 등 다양한 분들이 미사에 함께 하십니다. 때로는 그런 분들도 배려할 수 있어야 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물론 어렵습니다. 저도 독일어로 미사를 봉헌하려면 하루 종일 미사코덱스를 미리 읽어보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견을 제시한 것은 미사가 우리들만의 미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네 언어로 알아들을 수 있는 사도시대의 성령님이 함께 하는 미사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미 한국어로만 미사를 봉헌하기로 결론이 난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드린다는 것이 좀 우스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매 주 하자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봉헌하자는 이야기였는데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우리 공동체의 조금은 편협한 마음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여러분들이 선택한 결정을 따를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은 이미 결정된 일에 반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 번 쯤은 이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제가 의견을 냈던 것은 함부르크 대교구의 숨은 의도가 있었던 건 전혀 아닙니다. 순전히 저의 개인적 의견이고 철저하게 주관적인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니 거기에 대해서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미리 판단하신 분들은 혹시라도 세상에 살면서 신앙과 동떨어진 세상에 너무 물들어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 우리들의 공동체, 우리들의 언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과연 내 자녀들도 그렇게 키웠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도발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아무튼 저의 의도는 그랬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후로는 더 이상 이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공동체에서 불필요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껏 독선적으로 처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 편안하고 행복한 나날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