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재즈 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르트는 바이올린 연주자인 아버지와 댄서인 어머니 밑에서 줄곧 음악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가난한 데다 유랑 극단을 따라 이곳저곳을 떠돌았지만 음악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비극은 라인하르트가 열여덟 살 때 찿아 왔습니다. 극단에 불이 나면서 무시무시한 화마(火魔)가 라인하르트를 덮친 것입니다. 라인하르트는 왼쪽 팔과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고 왼쪽 손가락 두 개를 잃었습니다. 음악은커녕 삶에 대한 의욕까지 잃어가던 어느 날 동생이 기타라는 낯선 악기를 선물했습니다. "형 실력이면 두 손가락이 없어도 분명 좋은 소리를 낼 거야." 그 날부터 기타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 때문에 기타를 내던지며 울부짖었습니다. 또 다시 집어 들길 여러 해, 하루에도 몇 번씩 깊은 절망에 빠졌지만 아름다운 기타 선율에 매혹돼 연습을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니까 나만의 연주법을 찾아야 해.'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며 자신에게 맞는 연주법을 찾아 헤맨 라인하르트는 마침내 두 손가락을 끌면서 자판을 이동하는 새로운 연주법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연주법으로 유럽 곳곳을 떠돌며 자신만의 음악을 조금씩 완성해 나간 장고 라인하르트, 아픔이 담긴 라인하르트의 연주는 오늘날까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라인하르트의 이름을 딴 <장고 라인하르트상>이 유럽의 권위 있는 재즈 상으로 꼽히는 이유도 라인하르트의 땀과 열정 그리고 눈물을 잊지 않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