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고 싶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홀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죽을 때도 혼자서 죽어 갑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도 혼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도 저마다 홀로 서 있듯이 인간 역시 무한 고독의 존재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업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을 따로 해야 되고 행동도 같이할 수 없습니다. 인연에 따라 모였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게 마련입니다. 물론 인연의 주재자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이것은 어떤 종교의 도그마이기에 앞서 무량겁을 두고 되풀이될 우주 질서 같은 것입니다. 모든 현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항상 변하기 때문입니다. 늘 함께 있고 싶은 희망사항이 지속되려면 서로를 들여다보려고만 하는 시선을 같은 방향으로 돌려야 할 것입니다. 서로 얽어매기보다는 혼자 있게 할 일일입니다. 현악기의 줄들이 한 곡조에 울리면서도 그 줄은 따로이듯이 그런 떨어짐이 있어야 합니다. - 법정 스님, '잠언집'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