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택시기사

by 박철현 posted Aug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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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구부정한 허리로 많은 짐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택시가 할머니를 태우고 출발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힘들게 짐을 챙기는 모습에

결국 택시기사는 짐을 들고 할머니를 따라갔습니다.

 

도착한 곳은 병원 중환자실이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입원했는데 오늘이 생일이라서,

내가 미역국이라도 먹이려고."

 

하지만 중환자실에는 외부 음식은 반입금지입니다.

더구나 면회시간에 늦은 할머니는

중환자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유리창 너머 먼발치에서 아들의 모습을 슬쩍 보고

눈물만 흘리며 돌아가야 했습니다.

 

다시 할머니를 버스터미널로 모시는

택시기사는 착잡했습니다.

미터기에 표시된 왕복 택시비는 25,000원.

 

택시기사는 미터기의 '2'자를

손가락으로 슬며시 가리고 말했습니다.

"할머니 택시비가 5,000원 나왔네요."

 

할머니에게 오천 원짜리 한 장을 받은 택시기사는

또 할머니의 짐을 들고

버스 매표소까지 함께 갔습니다.

"할머니 버스비 저에게 주시면

제가 표 끊어 올 테니까 여기서 앉아서 기다리세요."

 

버스표를 산 택시기사는

할머니가 준 돈과 버스표를 같이 내밀며

능청스럽게 말했습니다.

"할머니, 아침에 구매하신 버스표가

왕복 버스표라네요.

새로 발급받은 이 표 가지고 그냥 타고 가세요."

 

택시기사에게도

몇 년 전 지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이 계셨습니다.

할머니를 보면서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한

오천 원짜리 한 장을 바라보며

택시기사는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