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여자랍니다. 세상이 주는 곱게 수놓은 고운 옷과 기다란 손에 끼어진 가락지는 내가 여자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 주는 모양입니다. 사랑하는 그대 앞에서 조금 더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은 욕심이 아니라 모든 여자가 가진 마음입니다. 이것마저도 없으면 사람들은 나에게 사랑도 모르는 천박한 여자라고 같이 어울려 주지도 않습니다. 누가 건들기라도 하면 툭 부러질 가는 가지에 겨우 한 송이를 피워가지고 세차게 불어오는 세상, 바람에 겨우 견디고 서 있습니다. 이것마저도 잃으면 그대에게 보일 것이 남아 있지 않아 여자가 가슴 조이며 평생을 간직해온 애정의 표시입니다. 그렇게도 간직하고 싶던 그것이 그대에게 너무도 보이고 싶던 그것이 내 영혼에 있는 사랑을 감추어 버리고 있습니다. 내리는 가을비에 내 것을 버리려 합니다. 내 사랑을 보고 싶어 눈에 보이는 것을 버리고 영혼에 있는 그대가 주고 간 사랑의 흔적을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