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느 마을에 유명한 재판관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재판관은 영주의 초대를 받아 영주의 성으로 갔습니다. 영주는 재판관을 극진히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영주는 예전부터 궁금한 것이 있었다는 듯 이렇게 물었습니다. "재판관의 재판은 공평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사람의 선과 악을 구별하기란 어렵지 않습니까?" "예, 선악을 구별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 악에 어떤 벌을 내려야 좋을지 그걸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때 나이가 많은 한 사람이 "선악의 구별이 쉽다면 그걸 한 번 보여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재판관은 별로 어려울 것 없다는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오뚝이를 꺼내 바닥에 던졌습니다. "자, 보십시오. 오뚝이는 이렇게 몇 번을 던져도 다시 일어납니다. 참다운 선은 아무리 넘어뜨리려 해도 이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럼, 악은 어떤 모습입니까?" 재판관은 이번엔 주머니에서 금화동전 한 닢을 꺼내 오뚝이의 등에 붙이고 바닥에 던졌습니다. 그러자 오뚝이는 동전의 무게 때문에 바닥에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이라고 생각하던 오뚝이도 황금을 등에 지고 있으면 이처럼 악이 됩니다." 영주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동전을 등에 지고 일어나지 못하는 오뚝이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