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팔마스 한인성당에 잘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지중해에 있는 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에 알고 봤더니 한참을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 옆으로는 아프리카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대서양 망망대해의 한 섬이더군요. 5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갔으니 가볍게 생각하고 갔던 저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아무튼 라스 팔마스 한인성당 신자분들의 환대를 받으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녀왔더니 사제관이 깨끗이 치워져 있었습니다. 남영우 신부님께서 가시고 난 뒤에 한 번은 청소를 해야지 하면서도 게으름 탓에 늘 미루는데 익숙했는데 사목회 임원들께서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해 주셨습니다. 그 노고와 수고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청소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공을 들인 흔적이 곳곳에 배여 있어 그저 고맙다는 이야기 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물론 굉장히 수고하셨지만 너무 깔끔하게 정리하신 까닭에 제가 평소에 사용하는 것을 쉽게 찾지 못하는 부분도 생겼다는 점입니다. 사목위원들께서 보실 때는 제 방이 돼지우리처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평소에도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이것저것 마구 쌓아놓고 살아가는데 익숙해져 있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정리를 하면서 살아가시는 분들이 본다면 제 방은 그야말로 카오스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그게 저의 습관입니다. 정리정돈을 잘 하면서 살아가시는 신부님들도 많이 계시지만 저는 부끄럽지만 그 범주 안에 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잔뜩 늘어놓고 사는 일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제가 필요한 것을 찾는데 조금 헤맸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어머니가 저의 주방에 계실 때도 제 방에 대해서만큼은 그냥 먼지만 훔치는 정도에서 더 이상은 청소하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남신부님께서 계시던 곳을 제가 없는 동안에 청소하신다고 하셔서 정말 고마웠지만 한 편으론 걱정도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제 방까지도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아닌 걱정도 들었던 까닭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소한으로 정리를 하셨겠지만 저의 평소와는 너무 다른 제 방의 모습을 보고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던 것입니다. 확실히 저는 혼자 사는 일에 익숙한 모양입니다. 조금 있으면 다시 어질러지겠지요. 사람의 습관이란 쉽게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이것저것 늘어놓는 게 저에게는 오히려 더 편안함을 줍니다. 이런 일을 보면 사람은 정말 다 다르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이제 다시 함부르크로 되돌아 왔으니 또 신자 여러분들과 더불어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