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님의 밥

by 박철현 posted Mar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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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 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먹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 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댓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 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