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 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먹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 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댓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 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