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적당히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살포시 안아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 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게 아닐까요.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담한 사이즈의 책 <언어의 온도>는 저자 '이기주'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담아낸 책으로 자투리 시간에 커피 한 잔 하면서 곱씹어 읽다 보면, 마음의 온도까지 데워지고 책 속의 활자들이 하나둘 씩 옮겨와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