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요즘 셋째 주, 주일미사 후에는 제가 아이들 교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중에는 한국말은 전혀 할 수 없는 친구들이 있고 아직은 한국말이 더 편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교리를 하려고 하니 한국말과 독일어를 적절히 섞어 가면서 해야 하는데 그게 생각 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제는 전례 주년과 제의 색깔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 주려고 애를 먹었습니다. 아직은 아이들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건성건성 듣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작은 울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교리를 참 열심히 듣는 아이였습니다. 귀를 쫑끗 세우고 선생님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주의를 기울이던 그런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어떤 내용들은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가 문득문득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건 우선 아이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제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깊어질수록 서로 더욱 서먹해지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시간이 깊어질수록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그런 소중한 만남도 있는 법입니다. 천천히,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같은 높이에서 한 방향을 향해 함께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