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비켜 갈 수 없는 사람들의 몫이라면 외로움도 지나쳐 갈 수 없는 사람들의 몫 사랑하기 위해 외로워하는 건 아니다 그리워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듯이 외롭기 위해 사랑하는 건 더더우기 아니다 사랑이 오는 날 외로움도 오고 외로움이 오는 날 그리움도 오는 빈바다의 예고 없는 파문 같은 것 사랑이 어느 날 만성두통처럼 따라 오고 외로움도 숙명처럼 머리 위에 하얗게 앉아 그리움을 안고서야 지탱하는 삶 사랑은 외로움이었다 또 하나의 내 그림자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도 이미 주인이 되어버린 사랑은 나의 전부를 너로 물들인다 그렇게 사랑은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길고도 긴 열병을 앓다가 어느 날 네 무게가 없음에 추락하는 먼지 같은 것 하지만 끝내 떨구지 못하고 다시 거두어 가슴에 품어야만 살아남는 헝클어진 이야기들의 조각들... 하얀색으로 피어나 보라빛으로 물들이다가 너의 자리는 비워두는 무색의 조화 사랑은 그렇게 또 하나의 외로움이었다